런던의 온도


얼 그레이 한 모금이

목 안쪽에서 퍼지는 것처럼

너와 걷는 골목이

그렇게 스며들었다

나는 그 시간을

서두르지 않았다


코벤트 가든 돌바닥 위로

버스킹 선율이 낮게 깔리고

우리는 어디 가려던 게 아니었다

그냥 걸었고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문을 열었다

굴 위에 캐비어를 얹어주던 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네 얼굴도 조금씩 흔들렸다

그 온기가 테이블을 건너

내 쪽으로 왔다


우린 하루를 천천히 쏟아냈다

맛없는 건 맛없다고

아쉬운 건 아쉽다고

우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솔직함이

이 도시를 가장 많이 닮아 있었다


파리가 혼자서도 완성되는 그림이라면

런던은 읽어줄 사람이 필요한 문장 같았다

네가 옆에 있어서

이 도시의 온도가

비로소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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