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의 첫 유럽여행 — 이탈리아 남부에서 로마까지
온 가족의 첫 유럽 여행,
이탈리아여야만 했다
로마 · 마테라 · 알베로벨로 · 폴리냐노 아 마레 · 바리 — 3월의 이탈리아 남부
첫 유럽이 이탈리아인 이유
첫 유럽 여행지는 이탈리아여야만 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쭉 펼쳐놓고 나라 하나를 골랐더니, 딱 이탈리아가 몰렸다. 오래된 유적, 맛난 음식,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여유로운 골목. 거기에 다 큰 두 아이와 함께 로맨틱한 나라를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다녀오니 더 좋은 나라가 됐다. 이웃 친구가 왜 매년 혼자 이탈리아를 가는 이유가 드디어 이해됐다. "매년? 왜?" 싶었는데, 이제는 "아~" 가 됐다.
"삶이 그냥 로맨틱한 나라가 있다면, 그게 이탈리아다."
우리가 택한 비주류 루트
우리는 3월에 움직였다. 비수기, 그것도 관광객이 잘 안 가는 이탈리아 남동부 — 마테라, 알베로벨로, 폴리냐노 아 마레, 바리를 먼저 돌고 로마로 마무리하는 루트였다. 사람이 붐비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여행 철학. 시기를 살짝 비껴가고, 헐렁한 골목을 찾아 걷는 것.
반짝이는 야경
만화 속 마을
그 파란색
그게 또 맛
💡 공항 환승 팁: LA에서 로마로 날아와 마테라행 국내선으로 환승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레이오버는 90분. 로마 공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라 그 시간은 솔직히 빠듯하다. 여행을 짠다면 넉넉히 3시간은 잡아야 마음 편히 갈 수 있다. 우린 운 좋게 친절한 직원이 지름길을 알려줘 간신히 탑승 성공. 캐리온 가방만 들고 다닌 덕분에 수하물 기다리는 시간을 아꼈다.
우리 가족의 재발견
8학년 아들, 12학년 딸. 이 타이밍에 두 아이의 봄방학이 겹쳤다는 건 거의 로또 수준이다. 미국은 지역마다, 학군마다 봄방학이 3월부터 4월까지 일주일씩 제각각이라,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같은 주에 방학인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여행 내내 같이 다니다가도, 필요할 땐 둘이 따로 움직였다. 딸은 사진 찍기 좋은 골목과 빛을 찾아다녔고, 아들은 그 옆에서 쿨하게 따라다녔다. 강요 없이,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면서. 이 여행에서 우리가 재발견한 건 이탈리아의 유적만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편한 여행 동반자인지를 새삼 느꼈다.
"밤 골목을 걷는데, 길가에 쪼그려 앉아있던 두 남자가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Pretty women, walking down the street, pretty women..."
— 가족 모두가 배꼽을 잡은 밤우리를 웃게한 그 밤의 어느 골목길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걸 자연스럽게 한다. 낯선 가족에게 세레나데를. 이게 이 나라의 공기다.
콜로세움 가는 길,
우연히 들어간 그 식당
콜로세움으로 걸어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식당.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들어갔다. 메뉴판도 제대로 못 읽고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첫 한 입에 말문이 막혔다. 토마토 하나로 끝낸 맛. 들어간 게 없는데 맛이 있는 게 이렇게 가능한 일이었나.
이탈리아 음식 재료들엔 단맛이 있다. 토마토, 올리브오일, 파스타 면 — 전부 미국에서 파는 것과 다르다. 같은 레시피로 집에서 재현하려 해도 절대 안 된다. 그 맛은 이탈리아 땅에서 자란 토마토가 있어야만 나온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인정이 오히려 이탈리아를 더 그립게 만든다.
한국 음식은 굳이 찾지 않았다. 찾을 시간도 없었다. 우리가 지나간 거의 모든 곳이 그냥 맛집이었기 때문에.
숙소는 사진을 믿지 말 것
B&B를 인터넷 사진만 보고 예약하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사진은 넓어 보이고 밝아 보이지만, 막상 가보면 다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배운 교훈: 작은 호텔이나 직접 검증된 숙소를 택하는 편이 낫다. 가격보다 리뷰의 질, 사진보다 위치와 후기를.
로마, 어깨가 치이는 도시의 낭만
마지막 종착지인 로마. 사람이 어깨를 치며 걸어야 하는 도시. 붐비고 시끄럽고 복잡한데, 그게 또 이 도시의 맛이다. 도심 한복판에 유적이 그냥 서 있다. 카페 옆에 콜로세움이, 슈퍼 옆에 오래된 분수가. 삶과 역사가 자연스럽게 뒤엉켜 있는 것. 그게 로마를 로맨틱하게 만든다.
탁월한 종착지였다. 이탈리아 남부의 한적한 돌 마을들을 돌고, 마지막에 로마의 혼돈으로 끝내는 이 루트 — 다시 짜도 똑같이 짤 것 같다.
다음 글부터는 한 도시씩, 천천히.
마테라의 잿빛 골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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