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룰리의 오후

트룰리의 오후

 흰 고깔들이 하늘을 향해

줄지어 서 있던 날

파란 것이 너무 파래서

흰 것이 더 희어졌다

골목이 좁아서

발이 느려졌고

하늘이 파래서

말이 없어졌다

고양이는 알고 있었겠지

이 동네의 온도를 —

관광객이 지나가든 말든

돌은 돌이고

그늘은 그늘이고

오늘은 오늘이라는 것을

지붕 꼭대기 뾰족한 끝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악한 기운을 막으려고,

아니면

그냥 닿고 싶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한 곳에서

우리는 왜

발이 안 떨어졌을까

허물 수 있어서 살아남은 집들 앞에서

나는 잠깐

나의 단단한 것들을 생각했다

충분히, 그리고 충분하게 —

그런 하루가

가끔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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