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냐노, 3월

 풀리냐노, 3월


기대와 달랐다


그래서 기억난다


여름이었어야 했는데,

골목은 조용했고

바다는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고

해변엔 우리뿐이었어


그게 좋았더랬지


아침엔 크루아상 하나

에스프레소 한 잔

배는 고팠는데

발이 안 멈춰졌어


골목이 예쁘면

배고픈 것도 잊게 된다는 걸

그때 알았어


굴에 레몬만 뿌렸는데

바다가 그대로 들어왔어


뜻밖에 들어간 골목 양복집에서

딱 맞는 걸 찾았고

졸업식 날 그걸 입었어


계획 없이 들어선 골목이

가장 잘 맞는 것들을 내어줄 때가 있잖아


절벽 위에 하얀 집들

에메랄드 바다

수영은 못 했지만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어


언젠가 여름에 다시 오면

절벽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용기가 생기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벌써

다음에 또 올 이유가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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